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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살때에는 교회에 매주 다니기도 했었고, 학창시절에는 친구들을 따라 종종 교회에 갔었다.
그 당시에는 종교에 대해 심오하게 생각한 것이 아니고, 친구따라 강남 간다는 말이 있듯이 그냥 그렇게 다닌것 같다.
이런 저런 교회에 얽힌 이야기가 많은데 그 중에 몇가지 하자면,
한번은 학교 동생 집에 갔다가 동생 어머니를 뵙게 되었는데 나를 보며 교회 안다니냐고 묻는 것이다. 별생각 없이 솔직하게 안다닌다고 말씀드렸더니 순식간에 나를 외계인 취급하시더라. 어떻게 교회를 안다니는 사람이 있냐고 하시면서…
고등학교 3학년 때에는 학교에 한 선배가 있었다. (뉴질랜드 였기 때문에 같은 학년 이어도 나이 다 같지는 않았다) 한국에서 치뤄지는 마치 대학수학능력 시험 같은 시험이 다가오는데 저녁 특정 시각이 되면 하루도 빠지지 않고 기도를 하러 간다는 이야기를 듣었다. 그 시기에는 쉬지 않고 공부를 해도 부족할 시기인데 말이다. 아직도 이걸 기억하고 있는 나를 보면 그당시 내가 느꼈던 충격이 좀 컸던거 같다.
한국에서 병역특례를 하던 시기였다. 회사 사정이 좋지 않아 그당시 사장님이 잠시 뒤로 물러서고 계열사 사장님이 우리 회사를 경영하기로 주주총회에서 결정이 됬었다. 그리하여 계열사 사장님이 직원을 일일이 하나씩 불러서 면담을 했었다. 다들 뭐 5분에서 10분 정도 이야기 하고 끝나길래 나도 그려려니 하고 들어갔는데, 그때 그 사장님과 나눈 이야기는 온통 종교 이야기 뿐이었다. 일에 대해서 언급한바 없는것으로 기억하고 30~40분간 교회를 다니라고 설득하시더라. 그 자리에서 나 또한 내 주장을 열심히 펼쳤다. 종교의 상대성과 진화론 같은 것들을 예로 들면서…
이 이야기는 교회와의 관련성을 배제하고 나에게 참으로 신선한 충격을 선사했던 이야기이다.
1999년 방학을 맞아 Auckland 말고는 가본데가 거의 없는거 같아서 홀로 여행을 결심하고 여행을 떠났다. 버스타고 배타고 기차타고… 테어나서 기차 10시간 타본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ChristChurch 까지 갔다가 다시 올라오는 길에 Wellington 에서 기차 시간이 안맞아서 기차역에서 날을 지새우며 기차를 기다렸었다. 그러다 나와 같은 상황에 처한 한 아저씨를 알게됬고, 서로 심심하니 이런저런 이야기를 시작했다. Wellington 에 처음 왔다고 하니 구경시켜 주겠다하며 Wellington Downtown 같은 곳에 데려가 멕도날드 햄버거도 사주고 마치 한국의 대학로와 같은 거리도 구경시켜줬다. 정말 고마운 분이었는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참 쌩뚱맞은 이야기를 듣을 수 있었다. 어디가냐고 왜 가냐고 물어봤는데, 글쎄 다가올 2000년 인류가 멸망하니 북섬에 가지고 있는 집을 팔아서 그 돈을 가지고 남섬 집에 가서 식량과 갖가지 필요한 것들을 사놓을 작정이라고 했었다. 40대 초중반 정도로 보였는데 정말 심각하게 이야기 했던것 같다. 가끔 이 아저씨가 생각날 때가 있는데 어떻게 잘 사시나 궁굼하다.
개인적으로 상대성 이라는 말을 참 좋아한다.
예를 들어, 문화의 상대성 혹은 종교의 상대성과 같은 말들. 나 자신은 신을 믿지 않지만, 어떠한 종교든 간에 믿음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간혹 멋있게 보일때가 있다. 뭐랄까 종교에 다소 의존적이긴 하지만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스스로 돌이켜 반성하기도 하고 믿음을 가지고 자신감을 갖기도 하고 말이다. 이런 면에서 종교는 참 좋은 장점을 가지고 있는것 같다. 어떤 종교냐를 떠나서…
최근 읽고 읽는 책에서 내가 생각하는 종교관과 참 비슷한 내용을 찾아서 순간 너무 놀랬다. 놀라기도 했지만 신기하기도 할 만큼 내가 생각하는 종교관에 대해 잘 표현된 글 인것 같다. 그래서 직접 쳐보았다.
나는 종교를 인정하고 존중하며, 존경할 만한 종교인을 많이 알고 있다. 그러나 나 자신은 어떤 인격신(人格神)도 믿지 않는다. 인격신이란 인간적 특성을 가진 초월적 존재를 말한다. 인격신은 인간과 모든 생명체, 지구와 우주의 삼라만상을 설계하고 창조했으며, 인간이 하는 일과 역사에 개입한다. 사람의 기도에 응답하며 각자에게 마땅한 상과 벌을 주고, 모든 것을 다 살펴서 최후의 심판을 내리는 무소불위의 절대자이다. 유대교와 기독교와 이슬람교가 공유하는 유일신이다. 이런 신이 존재한다는 것을 나는 믿지 않는다. 나는 생명의 윤회도 밎지 않는다. 육신과 분리되어 영원히 살아가는 영의 존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굳이 신이 없다고 주장하려는 것은 아니다. 만약 신이 존재한다면, 나는 그 신이 유일신 종교가 묘사하는 인격신과는 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단 한번의 개입만으로 모든 것을 창조한 뒤로는 다시는 개입하지 않는 초월적 존재, 그런 신을 생각해볼 수는 있다. 각각 1천억 개의 별과 행성을 거느린 수천억 개의 은하, 은하수 은하 나선팔 후미진 곳에 놓인 소박한 별 태양과 그 행성들, 이 모두가 똑같은 물리법칙에 따라 관계 맺고 운행한다는 사실, 그 모든 별들과 태양과 지구, 이 하잘것없는 행성에 존재하는 돌과, 흙, 물과 불, 공기와 먼지, 풀과 나무, 인간과 모든 동물들이 같은 물질로 만들어져 있다는 사실은 얼마나 놀라운가. 만약 신이 있다면 그것은 우주의 운행을 지배하는 자연법칙 그 자체일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아메바에서 인간까지 모든 생물의 유전자가 같은 생물학적 기호로 작성되어 있다는 사실, 지구와 지구를 둘러싼 대기와 모든 생명체가 물질을 주고받으면서 하나의 유기적 통일체를 이룬다는 것, 흙 속의 바이러스에서 하늘의 별까지 모든 것이 끝없이 태어나고 살고 죽고 또 태어나면서 진화한다는 것이 내게는 신비롭고 아름답게 느껴진다. 단 한 번의 개입만으로 이 모든 질서와 운행 원리를 창조한 초월적 절대자가 있다면 그 어떤 아름다운 시와 노래를 바쳐도 부족할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 절대자가 내 기도를 들어주거나 내 삶의 길흉화복을 정해준다고는 믿지 않는다. 그런 사소한 일은 초월적 절대자와 어울리지 않는다. 어쩐지 인간이 신을 인간 자신만큼이나 초라한 존재로 만들어 버렸다는 느낌이 든다.
